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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비극에도 나와있는 페미니스트의 주장들

내가아는젠더는휴대폰젠더 2021. 6. 24. 12:08

 

임신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과 사회적 고통을 나열하면서 자신들의 부당한 처지를 호소하는 여성들이 많습니다. 그에 대한 상대편 남성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변호하는 논리는 군생활의 어려움입니다. 이에 대하여 자신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여성들은 다시 자신들의 어려움을 여러 근거를 들어 설명합니다. 결혼의 문제, 남성의 재산과 관련한 문제, 남편의 무관심이나 교육관의 차이 등이 자주 거론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들은 한국 사회의 기득권이 임신한 여성에게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주장합니다.

 

 

 

흔히 한국 남성들은 이런 문제를 한국 사회의 특수성이라고 생각하면서 옛 조상을 탓하거나 무능한 정부기관을 탓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요즘 여성들의 불순한 사상과 군에 대한 존경이 부족한 것에 불만을 품습니다.

 

한편 한국 페미니스트 여성들은 자신들은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깨어있는 지식인이고 한국의 남성들은 구 시대의 유물들에 갇혀있어 자신들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그들을 비난합니다. 또 남편이나 기타 구습에 머물러있는 남성들을 비난하고 그들을 죽여도 된다는 험한 말을 퍼붓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리스 비극작가인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의 내용을 통해서 군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남성을 군무새로 비난하거나 여성의 권리 신장을 주장하는 것이 전혀 새롭지 않음을 보이고자 합니다.

 

고대 그리스에는 많은 비극 작가들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다양한 정치적 상황이나 신화, 영웅담 등이 연극으로 만들어져 상연되었습니다. 흔히 그리스 로마 신화로 알려져 있는 이야기들이 그리스 비극의 내용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아이스퀼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는 그리스 3대 비극 작가로 유명합니다. 특히 에우리피데스는 오늘 다룰 "메데이아"라는 비극을 쓴 사람입니다.

 

 

메데이아는 여성 마법사였는데, 그리스의 영웅 이아손을 사랑하여 그와 결혼하게 됩니다. 메데이아는 이아손과 결혼한 뒤 아들도 낳고 마법으로 그의 여정을 도우면서 같이 살게 됩니다. 이아손과 메데이아는 여러 나라들 떠돌아다니며 생활하던 중 이올코스라는 나라의 왕인 펠리아스가 이아손에게 황금양피를 가져오면 왕위를 넘겨주겠다고 하여 이아손은 그를 믿고 그에게 황금양피를 구해다주지만 펠리아스가 왕위를 넘겨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자 메데이아는 그에 분개하여 펠리아스를 죽입니다. 메데이아가 펠리아스를 죽인 것에 분노한 이올코스의 백성들을 피해 이아손과 메데이아는 코린토스로 도피합니다.

 

이아손은 코린토스의 왕인 크레온이 자신에게 잘 대해주었기 때문에 메데이아와 자신의 아들을 데리고 코린토스에서 편안하게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아손은 크레온의 딸인 글라우케를 좋아하게 되어 메데이아를 놔두고 글라우케와 결혼합니다. 이에 분노한 메데이아는 글라우케, 크레온, 그리고 자신의 아들을 죽이고 이아손에게서 떠나게 됩니다.

 

이아손의 행위는 현대의 시선에서 보아도 도덕적으로 비판할 만 합니다. 그러나 제가 집중하고자 하는 것은 이아손의 잘못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이아손을 저주하는 메데이아의 태도입니다. 메데이아는 이아손에 대한 분노를 자신의 마을에 살던 여러 사람과 이아손에게 쏟아놓으면서 자신의 불만을 토로하는데, 그 내용은 남자들이 군대 갔다고 자랑할 줄만 알았지 하는 일은 전혀 없으며, 자신은 남자가 아니니 재산이나 소득이 없고 아는 사람도 없으니 앞으로의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우며, 자신이 이아손의 새 아내와 장인을 죽인 것은 정당하고, 자기 자식을 자기 손으로 직접 죽인 것은 이아손의 유산을 물려받을 자이며 직접 낳은 아들을 죽인 것이므로 좋은 일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위의 이야기에서 몇 가지 교훈을 얻어야합니다. 

 

 

 

이아손과 메데이아가 코린토스에서 겪게 된 고통은 메데이아가 펠리아스를 죽임으로써 겪게 된 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메데이아가 그런 것을 신경쓰지는 않았고 다시 자신이 하던 대로 코린토스의 왕인 크레온을 죽였다는 점을 알아야합니다. 연인, 학교, 가족, 직장에서 만날 수 있는 여성이 과격하거나 박력있는 방식으로 자신을 도와준다고 해서 그것이 항상 좋지만은 않으며 오히려 그로 인하여 곤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극단적인 경우 메데이아의 사례처럼 일가족이나 자식을 죽일 수도 있고 직장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스의 영웅인 이아손에게 코린토스는 그의 직장이고 크레온은 그의 직장상사와 같은 인물이었습니다.

 

또 메데이아가 군대 이야기를 꺼내며 이아손과 일반적인 남성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장면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여성이 군대나 다른 민감한 내용을 가지고 앞의 상대를 비난할 때 그것에 대해서 논리적인 귀결이나 사실관계를 따지기보다는 그냥 무시하는 것으로 대응하는 것이 낫다는 점입니다.

 

또 재산이나 소득이 없어 생계가 유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는 위험합니다. 이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부당함과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일 때가 많으며, 실제로도 메데이아는 마법사로 여러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이아손과 결별한 이후에도 다른 사람과 결혼하여 계속 생계를 유지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식을 죽이거나 남편과의 결혼생활을 재산과 소득, 인간관계 등의 이해득실로 이해하는 것이 메데이아의 행동 전반에 묻어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이는 쇼펜하우어가 말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로마 제국에서 전쟁이 멈추고 번영이 시작되면서 결혼 인구가 줄어들고 출산률이 감소하였는데, 여성의 생활이 결혼하지 않고도 유지되는 경우 결혼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는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의 지원이 출산률을 올린다는 현대 여성들의 주장에도 상반되는 것이고, 또 메데이아의 생계유지와 관련된 논증과도 어긋납니다. 

 

에우리피데스의 비극인 메데이아를 통해서 현대 여성들의 주장들은 현대적이지도 않고 혁신적이지도 않으며 자랑할만한 것도 아님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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